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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여가

기사승인 2021.01.18  10:3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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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송주 소설가 (저서: <덤덤덤 스토어>, <꿈에 찾아와 줘>)

팬데믹 사태가 1년이 다 되어 간다. 카페나 식당 등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갈 수 없다 보니, 집 근처 산책을 하는 것이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산책을 할 수 없는 날에는 집에서 넷플릭스 등에 의존하며 시간을 보낸다. 코로나 이전에도 산책을 하고 넷플릭스를 봤지만, 전지구적 전염병이 창궐한 지금의 여가(餘暇)는 코로나 이전과 사뭇 다르다.

팬데믹 이전의 산책은 다양한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이었다. 아파트를 벗어나 주택가에 생겨난 가게들을 살피고, 슈퍼마켓 앞에 새로 놓인 물건을 확인하고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을 보며 계절을 실감했다. 늘 같은 거리를 산책했지만 새로움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코로나 이후, 거리의 모든 풍경은 코로나와 연관된 것으로만 해석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문을 닫은 가게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을 볼 때의 불편함, 고등학교 정문에 걸린 작년도 플래카드를 보면, 코로나가 종식되었으면 하는 소망 이외의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넷플릭스도 그렇다. 코로나 이전에는 넷플릭스 등 OTT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찾아보는 것을 즐겼다면 지금은 콘텐츠에 매달리는 기분이 든다. 책을 읽는 것 역시 이런 시기에 할 수 있는 좋은 선택이겠지만, 기약 없이 갇혀서 하는 지금의 독서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인류가 공통의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바이러스의 숙주가 서식하던 자연이 상당 부분 침범당했고 그로 인해 인류에 바이러스가 발생했다는 생물학자의 경고나, 지구 온난화 등으로 지구의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말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한 우리는 인류가 자처한 상황을 스스로를 반성하고, 지금 바로 가능한 실천을 행할 수 있을 것이다.

보들레르는 「창문」이란 시에 이렇게 썼다. “열려진 창문을 통해 밖에서 바라보는 자는 닫힌 창문을 바라보는 자가 발견하는 풍부한 사실들을 결코 발견할 수 없다.” 열린 세계에서 닫힌 세계를 볼 때는 한정된 풍경만을 발견할 뿐이나, 제한되고 닫힌 곳에서 밖을 볼 때는 더 많은 상상적 힘이 세계에 대한 진정한 시야를 연다는 것이다.

답답하고 힘든 시기이다. 코로나가 우리를 고립시켰다. 하지만 이 갇힌 공간에서도 미래에 대한 사유를 멈추지 않는다면, 코로나 이후 세계에 대한 풍부한 관점들을 정비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모두가 코로나 종식을 바라고 있는 이 시기야말로 인류가 스스로를 구원할 마지막 기회일지 모르니.

동대신문 dgumedia@naver.com

<저작권자 © 동대신문 경주캠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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