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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얼굴을 보고 싶다

기사승인 2021.03.12  09: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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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대면 수업 유감

▲ 최진석 문학평론가(저역서: 『불가능성의 인문학: 휴머니즘 이후의 문화와 정치』, 『감응의 정치학: 코뮨주의와 혁명』 등)

새해도 벌써 첫 달을 거의 지나 보내고, 설날 명절도 다가오는 중이다. 연휴에 가족친지, 친구들과 함께 보낼 시간들에 들뜰 법도 싶지만 곧장 생각나는 것은 아무래도 코로나19라는 극한 상황이다. 작년 이맘때부터 시작해 한반도 전역은 물론이요 세계 도처에서 위세를 떨치는 ‘21세기 역병’은 여전히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치료제와 백신의 보급이 과연 어느 정도나 성공적일지 미지수인 탓이다. 21세기의 문을 열었던 911테러가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흐려 놓았다는 표현을 빌면, 코로나19는 영화를 완전히 현실로 옮겨다 놓은 기분이다. 이젠 그 누구도 최악의 세계사적 재앙을 비현실적이라 부르지 않는다. 정말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

평범하던 일상 전반이 코로나19로 인해 강제로 뒤바뀌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모양도, 타인과 소통하고 사귀는 방식도, 밥먹고 일하고 공부하는 생활의 전체적인 양상이 온통 낯설다. 이런 변화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났다. 지난 한 해 동안 수업은 전부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해야 했다. 처음 2주 정도만 늦게 개학하고 그만큼 늦게 방학을 맞으면 해결되리라 기대하던 상황은 학기 전반, 학년 전체를 대면 없이 시작하고 끝마치게 만들었다. 아마 올해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듯하다. 대면과 비대면을 병행하겠다는 공문은 내려왔지만, 확진자가 근 천 명까지 오르내리던 최근의 경향으로 미루어볼 때 교실에서 서로를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눌 날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시간의 힘이란 참 이상한 법이어서, 낯설고 불편하게만 느껴지던 비대면 수업도 일 년을 버티고 보니 어느새 익숙해져 버렸고 제법 요령도 생긴 모양새다. 다들 그렇게 적응하며 새로운 세계를 반강제로 맞이하고 있나보다.

세상의 변화에 맞춰서 살아야 한다는 지론이지만, 선뜻 바꾸기 어려운 점도 있다. 실시간 비대면 수업 첫날, 모니터 화면에는 무수한 이마가 보였다. 이마... 그렇다. 눈썹 위 그리고 머리칼 아래 있는 이마. 나처럼 컴퓨터에 서투른 학생도 있겠지, 카메라 위치조정에 어려움이 있나보지. 하지만 학생 서른 명 중 스물 이상이 이마만 보인다는 사실은 아무래도 이상했다. 얼굴을 비추라고 요청해도 잠시일 뿐, 다시 나는 화면위에 그득한 이마밭을 보게 된다. 주변의 다른 선생님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학생들이 이마만 보여 주며 수업에 들어온다고 한다. 모니터를 아예 끈 것도 아니고 출석도 했으니 무언가 잘못된 일은 아닐 게다. 그러나 온라인 수업이 실시간으로 서로 마주 보고 있다는 가정으로 공부하는 시간인데 이렇게 자기를 감추는 게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얼굴 쪽으로 카메라를 돌리라는 주문이 자칫 학생의 자율권과 초상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니 주의하라는 말도 들었다. 그럼 선생의 초상권과 자율권은 내버려둬도 좋은가? 나도 이마만 보여 주면서 수업해도 괜찮다는 것일까?

무슨 악의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닐 듯 싶다. 기껏해야 수업일 뿐인데 얼굴을 보이든 이마만 보이든 무슨 상관인가. 대면수업 할 때도 얼굴을 내리깐 채 소설책을 읽거나 낮잠에 빠지는 일은 종종 있지 않은가. 그럼 이렇게 적응하고 받아들여야 하나... 뭔가 듣기 싫은 흰소리를 늘어놓고 싶진 않다. 다만, 이런 생각은 해 본다. 온라인 수업은 그저 교수의 수업을 실시간으로 듣는 것으로 충족되지 않는다. 교수는 자기가 아는 지식을 일방적으로 늘어놓고 떠드는 사람이 아니다. 동일한 교과목이라도 학생이 누구인가에 따라, 어떤 날 어떤 조건에서 진행하느냐에 따라 속도와 강도가 매번 다르다. 나른한 봄날 학생들이 모두 잠에 취해 있는데 열강하는 교수라면 뭔가 잘못 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 반 이상이 내용을 못 따라가는데 한두 명에 보조를 맞춰 강의를 끌어가도 그 수업은 실패라 할 수 있다. 한 공간에서 마주치진 못해서 서로 눈을 맞추고 표정을 읽으며 반응을 잡아내고 또 그에 따라 다른 방식을 취할 수 있을 때 좋은 수업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모니터 화면일망정 표정 없는 이마가 아니라 두 눈동자와 얼굴에 담긴 내 수업 상태를 확인하고 싶은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매순간 학생들의 반응에 나 역시 반응하며 역동적으로 강의를 진행할 때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아지리라 나는 믿는다.

언제까지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코로나19를 일시적 예외 상태가 아니라 상시적인 예외 상태로 본다면 이런 수업패턴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우리가 상황에 강제로 끌려가기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좀 더 능동적이고 생산적인 공부의 길을 열어 가려면 더 많은 노력과 의지가 필요할 것이다. 서로 마주 보려는 태도가 그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동대신문 dgumedia@naver.com

<저작권자 © 동대신문 경주캠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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