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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패션, 프리랜서

기사승인 2021.11.15  16:5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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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진 프리랜서

패션에 관련된 글을 쓰고 또 번역을 하면서 살고 있다. 보통 말하는 글 쓰는 프리랜서다. 패션은 시즌이 꾸준히 진행되는 분야다. 매년 비슷한 시기 주요 도시에서 패션위크가 열리고 디자이너들은 여기에서 새 컬렉션을 선보인다. 예전에는 보통 1년 2회였는데 요새는 4회 신제품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 속에서 사계절은 매우 더운 여름과 매우 추운 겨울 둘로 줄어드는데 패션 시즌은 오히려 늘어 나고 있다는 건 약간 재미있는 면이 있다. 사실 이렇게 늘어나는 게 계절이 줄어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튼 패션에 대해 글을 쓰니 큰 흐름이나 유의미한 과거를 발굴하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기본은 디자이너들이 선보이는 패션을 따라가는 일이다. 새로운 옷이 나와야 새롭게 할 이야기도 생겨난다. 그래서 패션이라는 분야의 변화무쌍함과 빠른 속도에 비해서 일의 주기는 매년 비슷하고, 그런 면에서 안정적인 느낌이 있다. 딱히 시공을 초월하는 사건이 갑자기 일어나지 않고 그렇게 계속 시간이 반복된다. 그런데 시공을 초월하는 그런 사건이 일어났다.

 

2020년 2월 말의 어느 날 평소처럼 도서관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는 데 갑자기 관리자가 들어오더니 모두 나가라고 공지를 했다. 무기한 폐쇄라고 한다. 한창 뉴스에 환자가 몇 명, 어디가 폐쇄, 집단 감염 소식이 나오기 시작했고 코로나도 문제지만 일을 해서 소득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걱정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대책을 마련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현실은 갑자기 변화한다.

 

패션위크가 중단되고 신제품 출시도 멈췄다. 진행되고 있던 책이나 번역 등 커다란 프로젝트 외의 일도 확 줄어들었다. 사실 생존과 기반이 위협을 받고 있는데 옷이니 패션이니에 관심을 가질 만한 정신적인 여유를 찾기는 어렵다. 딱히 새옷을 장만해도 어디 입고 갈 데도 없다. 병실이 모자라 병원 복도에서 사람이 죽어간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는데 새로운 패션이 어쩌구 하고 있는 것도 인류애에 어긋나는 거 같다. 사람들은 새옷보다 휴지와 물, 식량을 구입하기 위해 마트에 줄을 섰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고 코로나의 위험은 여전하다. 하지만 세상은 이런 위험을 옆에 두고 살아갈 방법을 차츰 만들어갔고, 패션도 조금씩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백신의 개발과 격리 등으로 돌파구가 만들어졌고, 또한 이렇게 계속 살 수는 없지 않느냐는 공감대도 형성되었다. 비대면 패션쇼나 SNS, 유튜브를 통한 신제품 소개가 많아졌고 집에서 뒹구는 원마일웨어나 등산, 트레킹 등 혼자 건강이라도 챙길 아웃도어 분야 옷도 유행을 했다.

 

그리고 더 극적인 변화들도 찾아왔다. 문명의 위협 속에서 지구를 구하는 환경 친화적 패션과 찰나적이고 순간적인 패션은 동시에 수면 위로 올라왔다. 패션은 오랫동안 기존의 장르와 계통 속에서 서로를 응용하고 깊이를 만들어 내고, 사회로부터 새로운 장르를 끌어내는 방식으로 흘러갔다. 50년대, 60년대 룩, 고딕, 펑크, 밀리터리 유행 등등이 반복되며 등장하고 그런 것들이 현재와 만나 새로운 룩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패션의 속도가 무한대로 빨라지고, 또 SNS와 유튜브 시대에서 모든 게 타임라인 위에 한꺼번에 놓였다. 포멀웨어의 격식이 스트리트웨어의 시대의 편안함, 비격식으로 대체되고, 시각적 자극과 밈(meme)이 패션의 중요한 표현 방식이 되면서 패션은 이전과는 다른 무엇이 되어가고 있다. 프라다가 등산복을 내놓고, 발렌시아가가 우스꽝스러운 크록스 샌들을 내놓고, 구찌가 노스페이스와 함께 캠핑 옷을 내놓고, 여러 브랜드의 이름이 티셔츠 위에 단지 주르륵 적혀 있는 “협업" 컬렉션은 이제 전혀 낯설지가 않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친환경적으로 만든다. 장르와 역사는 옷 위에서 맥락을 뛰어 넘고 이전과는 아주 다른 새로운 룩이 형성된다. 흥미진진하지만 동시에 짠한 마음도 든다. 답답한 마음은 이런 식으로 돌파구를 만드는 건지도 모른다.

 

지난 9월에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도서관에서 짐을 싸들고 나온 지 1년 반 만에 보다 세상은 약간 더 선명해 보이는 위기의 종착점을 마련했다. 몇 번의 변화를 거쳐 일할 장소는 잡고 있지만 도서관은 여전히 폐쇄중이다. 종식에 대한 소식은 아직 없지만 앞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살게 될 거라는 소식은 많이 들린다. 새로운 생활 표준이 자리를 잡게 될 거고 새로운 표준은 이전과 다른 세계관과 기준을 만들어 낼 거다. 극한 변화를 거치며 극을 향해 치닫는 듯한 지금의 패션도 그 어딘가에서 자리를 잡고 안정화의 단계에 접어들게 되겠지. 과연 패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 될까. 한치 앞도 예상이 어려운 요즘 가장 궁금한 건 역시 그런 부분들이다.

 

동대신문 dgumedia@naver.com

<저작권자 © 동대신문 경주캠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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