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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떨지 않는다고?

기사승인 2022.01.14  10: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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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미 시인

  이미출판사 대표

얼마 전에 스타필드코엑스몰 별마당도서관의 열린 무대에서 ‘시 그리고 문명에 대하여’란주제로 강의를 했다. 금요일 저녁 7시 명사 초청특강을 앞두고 무대 뒤에 마련된 휴게실에 가방을 놓고 도서관 관계자와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다 시계를 보니 강의 10분 전, 이야기를 멈추고 호홉을 가다듬었다. 코로나 이후 대면강의가 오랜만이라 약간 긴장되었다. 내가 늘 하던 강의 주제에서 벗어나 새롭게 시도하는 특강이라 더 신경이 쓰였다. 물을 마시고 긴장을 푸는 내 모습을 보더니 주최 측 관계자가 놀랍다는 듯 말했다.

“선생님은 전혀 떨지 않으시잖아요.”

내가 떨지 않는다고?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지? 하긴, 내 변호사들도 내가 말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1심 판결을 앞둔 마지막 재판기일, 최후진술을 마친 뒤 법정을 빠져나올 때, 엘리베이터 안에서 변호사님이 웃으며 내게 말했다.

“최시인님은 변호사 해도 잘하셨을 거예요.”

“어쩜 그렇게 하나도 떨지 않고 말을 잘하세요?”

날 칭찬했던 변호사는 모르리라. 내가 어릴 적 심한 말더듬이였다는 사실을. 나는 말더듬이였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한때 말을 더듬는 내가 너무 싫었고, 동생들과 말싸움에서 밀리는 내가 창피했다. 두 살 아래 동생과 말 싸움에 자신이 없어, 싸워야 할 때도 피한 적이 많았다. 그래서 더 책에 매달렸나? 나의 지독한 독서취미는 ‘말 더듬는 자신’을 회피하려는 전략이었나?

중학교 시절, 등하교 길에 시를 외우는 게 취미였는데, 그래서 시인이 되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나의 ‘시 낭송’ 취미는 말더듬는 버릇을 고치기 위한 안간힘이 아니었던가?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도 심한 말더듬이였다고 한다. 말 더듬는 버릇을 고치려 학창시절에 거울을 보며 시를 외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동병상린의 정을 느꼈다. 그래 나도 그랬지. 말더듬이 주제에 자원하여 반공 웅변대회에 나갔지. 상을 타지는 못했지만, 우리반 대표로 웅변대회에 나가 전교생 앞에서 연설을 한 뒤에 나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말을 더듬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긴장하면 지금도 아주 가끔 말을 더듬는다.

“말 더듬는 것은 여러분의 인격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It doesn't matter who you are. ”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약점을 자신있게 말하던 바이든 대통령은 멋있어 보였다. BBC에서 방영한 ‘말더듬이’ 특집 다큐의 제목은 “I can‘t say my name"이었다. 내 이름을 발음하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더듬지는 않았지만, 말더듬는 언니는 동생들에게 권위가 서지 않았다. 어릴 적, 우리는 싸울 거리가 없으면 일부러 만들어서라도 싸웠다.

“눈싸움이 말다툼으로, 말다툼이 몸싸움으로 번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침착한 동생은 나처럼 더듬지 않고 태연하게 사람 골지르는 말을 잘도 내뱉었다.

“ 야, 이 말더듬이야! ”

동생의 욕 한마디에 싸움이 시작되고 끝났다.

날 놀렸겠다...열을 받은 얼굴이 빨개지며 으다다다다 더 걷잡을 수 없이 더듬었다.”

-소설 <흉터와 무늬>에서

그렇게 더듬던 내가 대중 앞에서 강의를 하다니. 마스크를 쓰고 강의했는데, 거리두기로 많은 인원이 참석 못했지만 분위기는 좋았다. 강의 시작하며 시에는 시간과 고통을 견디는 힘이 있다고 말했는데, 강의 테이블에 놓인 탁상시계를 강의 중 내가 두 번이나 떨어뜨려! 부서뜨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밧데리가 떨어진 시계는 멈추었고, 정말 시간이 멈추는...놀라운 경험. 내가 사람들을 즐겁게 해줬다는 것. 사랑받아 행복했노라. 

동대신문 dgumedia@naver.com

<저작권자 © 동대신문 경주캠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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