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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의 변화와 나아갈 길

기사승인 2022.04.18  13:4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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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글로벌콘텐츠출판그룹 홍정표 대표

2020년 초 코로나19 이야기가 처음 뉴스에 등장할 때만 해도 이렇게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사스나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도 몇 개월 지나자 안정을 되찾았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의 시간은 우리의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 정점을 지나 엔데믹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2년 이상 지루하게 이어져 온 긴장감을 정말 내려놓아도 될지 걱정이 앞선다.

힘겹게 입시경쟁을 뚫고 대학에 입학한 20, 21학번 학생들은 입학식도 제대로 못한 채 대학생이 되었다. 모든 수업이 비대면 온라인으로 전환되자 재수 끝에 어렵사리 입학한 지인의 자녀는 수험생활의 연장선 같다며 투덜댔다. 그러나 2년이 지나고 막상 대면 수업이 이루어지자 온라인 수업할 때가 차라리 더 편한 것 같다며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이제 교수나 학생 모두 비대면 온라인 수업에 적응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편 온라인 수업의 부정적인 측면도 주목할 만하다.  재학생들은 낮아진 수업의 질로 불만을 토로하고, 등록금 인하나 환불을 요구하는 상황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당국의 고민도 적지 않았다. 재정 상황이 열악한 대학교와 같은 경우에는 온라인 수업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변화와 갈등이 불가피했듯이, 출판계에도 커다란 변화가 찾아왔다. 전 국민 지원금이 나오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상당한 수준의 책값을 기꺼이 지불했고, 이에 따라 아동서 분야는 뜻하지 않은 호황을 맞기도 했다. 일부 단행본들도 일시적으로나마 판매가 증가하기도 했다. 한편 전염에 대한 불안감과 사회 정책으로 인해, 온라인 서점으로 발길을 돌린 소비자들의 구매방식변화는 출판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전자책의 판매나 회원제 구독서비스의 이용자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학술서와 대학교재를 주로 출판하는 회사들은 심각한 매출 저하 현상을 겪고 있다. 대면 수업이 이루어지던 과거와 달리, 온라인 강의실에 탑재된 자료를 다운로드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이루어지다 보니 전공서적의 판매가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포털 사이트의 일부 온라인 카페에서는 불법스캔본까지 버젓이 돌기도 했다. 전공서적은 일반 단행본에 비해 소량으로 생산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보니 정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는 편이다. 고가의 전공서적을 손쉽게 파일로 다운로드하여 무료로 사용하는 것은 경제적 부담을 크게 느끼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불법복제는 저자와 출판사의 권리침해는 물론, 장기적으로 출판 생태계 전반을 위협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학술도서 출판사들은 종이책 판매의 감소를 우려하여  한동안 전자책 제작에 소극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시에 출간하거나 전자책으로 먼저 출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불법복제 단속의 한계를 절감하고 미디어 이용자들의 변화에 적응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년 기준 콘텐츠산업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출판산업 규모는 약 21조원으로 콘텐츠산업 분야 중 방송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이며, 종사자 수는 18.5만명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분야이다. 단행본 중심의 순수 출판 규모는 약 2.5조에서 4조로 추산되며, 2017년 북맵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세계 8위의 출판 강국이다.

간혹 출판산업을 경제규모 내지는 유망업종의 측면에서 단순히 평가해버리는 사람들을 대하게 될 때마다 매우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책은 일반적인 소비재와 다른 독보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한 권 한 권이 고유의 지적활동을 통해 생산되는 대체불가능한 문화상품이기 때문이다.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십년까지의 소중한 노력들이 응축되어 나오는 결과물이, 현물적 가치로 환산되어 평가절하되는 모습을 보면 씁쓸한 마음이 든다. 출판산업은 지식기반 사회의 원천 콘텐츠로 다양한 콘텐츠 산업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이것이 단순히 생산과 소비, 규모의 경제 개념만으로 출판산업을 바라보아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코로나 이후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디지털 지식 기반 사회로 정착하는 과정에 있다. 순수학문 분야 출판은 연구활동을 지원하여 이러한 다양한 문화적, 기술적 토대를 마련하는데 기여한다. 출판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동대신문 dgumedia@naver.com

<저작권자 © 동대신문 경주캠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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